두타산 무릉계곡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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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두타산 무릉계곡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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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유천지 - 무릉도원, 두타산에 반하다

이번에는 두타산이다
무조건이란다
최근에 개방해서 지금 등산객에게 제일 핫한 곳이라나

그래서 꼭 가봐야 한다는데 어째 난 별로 안 내킨다
부산에서 너무 멀고 과연 그 거리를 가서 볼만한 가성비가 있는지 의문스럽거니와 최소 원점회귀 한 바퀴를 돌려면 5시간은 걸린다는데 내 저질체력이 문제이기도 해서다
하지만 신랑이 가봐야 한다는 곳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어서 월요일 같이 연차를 내고 강원도로 고고씽이다

두타산?
산 이름인 두타는 불교용어로써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弗道) 수행을 닦는다는 뜻이다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과 삼척시 하장면·미로면에 걸쳐 있는 산 높이는 1,357m이다


주차를 하고 매표소로 걸어가는 길
입구부터 벌써 단풍이 예사롭지 않다
남부지방에서 단풍 찾아 올라온 것이다


두타산은 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이며 박달령을 사이에 두고 청옥산과 마주하고 있다
삼화역에서 남서쪽으로 약 4㎞를 들어가면 무릉계곡이 나온다

두타산 무릉계곡은 화강암에 발달한 각종 절리로 인해 형성된 기암괴석 계곡이 인상적이다
무릉계곡에는 급애, 폭포, 소 등이 곳곳에 분포한다


입장표를 끊고 다리를 건너면 곧 2.6KM 거리의 용추폭포와 1.5KM 거리의 베틀 바위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난 당연히 베틀 바위 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용추폭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거의 100%가 베틀 바위 방향으로 가는데 딱 울 둘만 용추폭포 방향으로 향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게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뜬금없이 이승기가 추천한 쌍폭포 간판이 나온다 ㅋㅋ


삼화사를 지나면 곧 학소대가 나타난다
이곳도 바위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다
비가 오면 바위를 타고 폭포가 형성된다는데 우리가 간 날은 그렇진 않더라고

학소대

산과 산사이 계곡에 온갖 비경을 한 곳에 모아서 맑은물과 햇단풍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신명나게 합주를 하고 있다
그저 감탄밖에 안 나온다


자연에 감동받고 힐링하는 순간 또 어디선가 웅장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쌍폭포다


어쩔 것이야?!!
폭포도 볼만큼 보고 등산도 다닐 만큼 다닌 나인데도 이 폭포는 또 난데없이 심장어택 한다
두타산(1,357m)과 청옥산(1,404m) 깊은 골을 헤치고 흘러온 낙하하는 물줄기는 실로 장대하다

쌍폭포

좌우에서 쏟아지는 물의 향연은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까지 두 배의 감동을 준다
막 그냥 속이 시원하다
차라리 눈을 감아 본다
규칙적 혹은 불규칙한 그 소리는 이내 우리 두 가슴에 뜨거운 울림을 만들어낸다
순간 감사했다 내가 여기 있음이


숨 쉴 새도 안 주고 200미터 거리에 또 용추폭포가 있다
두타산과 맞붙은 청옥산 절벽에 있는 3단 폭포인 용추폭포(龍湫爆布)는 단언컨대 물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다

용추폭포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양을 지닌 폭포로 상탕, 중탕은 옹기항아리 같은 형태로, 하탕은 진한 옥색의 큰 용소로 이뤄져 있다


무릉계곡의 또 다른 이름 '별유천지(別有天地)'는 쌍폭포, 용추폭포의 자연경관을 딱 네 자로 표현하기 안성맞춤이다
히야~
요즘 공무원들 일 좀 하는 듯
별유천지는 속세와 달리 경치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니...

우리는 또다시 한국의 장가계라는 베틀 바위로 향한다
이미 용추폭포까지 2.6km를 걸었는데 다시 3.7km를 걸어야 한다


말이 3.7km 지 산길은 그 거리가 꽤 멀다
안 간다고 아이처럼 땡깡를 부렸다
능선이 많아 키로수가 잘나오고 경치가 피로를 잊기 충분해서 걸을만하다 해서 따라나섰다
헐? 걸을만하긴 무신 소리고?
1.5킬로가 끝없는 오르막이다
와중에 단풍은 또이뿌다

그치만 올해 단풍은 늦단다
두타산도 아직 단풍 절정이 되려면 2~3주는 지나야 할거같다
두타산 단풍현황도 알고싶어하시는분이 많을거같아서 동영상 하나 올려봅니다 (10월 25일 현황)

누가 경상도 남자 아니랄까봐 혼자 내뺀다
손잡아주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그러기를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데 내려오던 남자분이 정중하게 묻는다
"어디서 오시나요? 뭐가 있어요?" 하고
근데 느닷없이 "그냥 계속 가세요 여기서 돌아갈 수도 없으니 가는 수밖에 없어요" 한다
ㅋㅋ
그분이 듣고 싶은 말은 그 말이 아닐진대
가령 조금만 더 가면 절경을 볼 수있다던가 곧 걷기 좋은 길이 나온다던지 좋은 말도 많은데 ㅠㅠ
진짜 물색없다 ㅋㅋ

어쨌거나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능선이 나타나서 주변경관을 볼 여유가 생겼다


곧 어디선가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쏴아~~ 하는 물소리다
바로 옆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계곡 건너편에서 나는 듯 공기반 소리반이다
나무를 헤치고 바위에서 바라본 건너편 폭포는 이름하여 산성 12 폭포다
압도적이다
존재감이 쩐다


경치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열두 번을 꺾으며 흘러 내리는 폭포는 우선 그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까마득한 높이에서 미끄러지며 쏟아지는 폭포는 마치 워터 슬라이드를 타듯 끊임없이 바위를 미끄러지다가 방향을 살짝 틀면서 내리 꽂히고 또 바위를 미끄러지다가 수직으로 떨어지고를 열 두번이나 한다


수억 년의 세월 동안 중력에 의해 흐르는 물줄기는 화강암의 암벽에다 거대한 미끄럼틀을 만들고 열두 번을 굽이쳐 사람들을 감탄의 늪에 빠져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토왕성폭포를 제치고 나의 인생 폭포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이런말 안쓸려고 했는데 한번만 써야겠다
"한마디로 여기 이 폭포 미쳤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우리는 베틀 바위를 향해 또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무수히 많은 철계단을 오르고 내리면 베틀 바위 전망대에 닿는다
하늘로 치솟아 있는 뾰족뾰족한 산봉우리들의 위용 앞에 우린 그저 입만 벌리고 "와아~~~ "할 뿐이다

많은 바위들을 봤지만 베틀바위는 달랐다
삐죽 삐죽 위로 튀어나온 모습은 장관이다
느닷없이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들은 놀라울 뿐이다

배틀바위

이제 매표소까지의 1,5km거리의 거의 수직으로 깎아지른 내리막을 내려가야 한다
철계단을 내려가고 돌계단을 내려가고 가도 가도 끝없는 내리막이다


두타산 산행은 한마디로 별유천지다
카메라나 눈에 담을 수 있는 건 오히려 얼마 안 되는 거 같더라

예쁜 단풍을 흔드는 바람소리,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
천 길 낭떠러지에 부딪쳐 샤사삭 흩어지는 물소리는 담아지지 않는다
나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ㅎㄷㄷ

지친 다리를 이끌고 주차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부산을 향해 또 우린 달린다
일상으로 또다시 돌아가자고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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